산행이야기

08년 3월23일 구룡산 산행

바다저멀리 2008. 3. 25. 15:42

2008년 3월 23일 일요일 날씨: 비가 추적 추적 내림

 

산마을 까페에 가입한지 9개월. 정기 산행 3번, 야간 산행 3번( 4번?)  이번에는 정신지체장애우와 함께하는 어울림 산행에 처음으로 신청을 했다. 인생 머있다 반, 널널한 신청자리 반.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예원공동체에서  생활하는 분들과 산마을회원들은  정기적으로 같이 산행을 간다.

새벽 6시 성서홈플러스에 집결, 새벽4시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잤다. 산마을 까페 분들은 거의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홈플러스앞에는 여러 산행을 떠나려는 무리들이 있다. 하지만,  여러 무리들 중에서 산마을 회원들은 쉽게 알수가 있다. 젤 영계...   일반적인 영계는 휴일 새벽에 잘 떠나지 않는다.

어떤 분일까 궁금했던  예원원장님은  몸살감기로  참석을 못하고 나머지 예원식구 12명(?),산마을식구 11명이서 경북 봉화와 강원도 영월에 걸쳐있다는 구룡산으로 새벽 6시 반경 출발했다.

 

 

 

#1. 안동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개인 밥그릇과 식기를 준비했지만 어울림 산행은 이런게 필요없이 공동으로 다 준비가 되어있었다. 환경보존에 역행할지는 몰라도 갠적으로는 너무 편하고 좋다.  추적추적 비도 오는데 밥그릇에 숟가락, 젓가락 받쳐들고 있는것도 인생이 너무 서글퍼지는건 아닐까?

아침 식사후 차안에서 간단한 자기 소개시간. 산마을 사람들 얼굴과 별명을 잘 몰라서 반드시 얼굴을 찍어서 별명과 함께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공개하려고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들이댔지만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대부분의 사진들은 날아가 버리고 이 한장만 건졌다. 헐~

차기 어울림산행 대장님이시라는데... 닉네임이  룰루랄라(? )

 화장실 습관을 바꿔야한다고 외치는 것인가?

차기 산행대장답게 산행도중 몸이 아파서 산행을 할수 없는 회원이 발생하자 과감히 산행을 포기하고 같이 하산했다. 에이구~ 감투 자리 힘들다. 하지만, 산행대장이 안 내려갔으면 나이 많은 나라도 내려갔을것이다.

 

 

 

 

 

 

#2. 예원식구중 젤 나이가 많으신 4학년 8반 성환아재(승환아재인지는 확실치 않다. 들리는 대로..) , 하루동안 나와  버스 짝지였다.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다행히 애기통하는 분을 만나서 차안에 있는동안 정다왔다. 이분도 다른 예원 식구들과 마찬가지로 언듯 봐서 일반인들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첨에는 예원공동체 스탭분인가? 아님 장애우인가? 몰라했지만 계속 얘기하다 보니까 장애우라는 감을 잡을수 있었다.  좀 더 많이 애기해보지 않고 접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약간 다르다는것을. 사진 찍어드린다니까  좀 쑥스러워 하신다.

 

 

 

 

 

 

#3.비는 산행 시작지에 도착할때까지도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비는 아니지만 모두 젖었다. 머리도 젖고 바지도 젖고 장갑도 젖고...한번 벗어버린 장갑은  차가와져서 더 이상 껼수가 없었다.

마음도 젖었다.촉촉하게. 기분좋게..

 비오는데 산에 갈일은 잘 없다.특히 , 비 올거라는걸  알고 배낭메고 집을 나설일은 더욱 없다. 잘 안해보는 짓이라 신기하고  좋은거 같다. 땀흘린다고  수건을  꺼낼 필요도 없고.  빨리 오르지않고 머물면 오히려  춥다. 손도 시리고..

중간쯤 올랐을까? 잠시 비를 피할수 있는 아담한 쉼터가 있었다. 여기서 초코파이도 먹고 물도 먹고 천하장사 쏘시지도 먹었다. 오전 11시경이었다.

 여기서 의견이 좀 분분했다. 올라가면 점심 무렵에 마땅히 비 피하면서 밥먹을 곳이 없다. 여기서 먹고 가자. 아니, 아직 11시다. 아침 먹은것도 아직 그득하다. 더 올라가서 내려가다가 먹자....

국방부 공식 색깔 모자를 쓰고 있는 분들이 예원 식구들이다. 모자가 눈에 확 뜨인다.

 예원식구들은 나눠 먹을걸 주면  잘 거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뭐든 내밀면 지금 먹든지, 나중에 먹게 챙겨놓든지 일단 받으니까 내민 손이 덜 쑥스럽다. 

 

 

 

 

 

 

#4. 구룡산 정상이다. 1340미터, 조금전  쉼터에서 여기 정상까지 코스가  정말 힘들다.

 딴짓한다고 선발대와 떨어져 혼자 가는데,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길,  숨이 턱에까지...헥, 헥~

무리와 같이 갔으면 좀 덜했을텐데, 혼자는 외롭고 힘들다.   이 코스는 계속 오름이다. 오름 중턱에서 몇번이고 멈춰서  헥, 헥 힘들어했다.  

 비구름에 휩싸인 구룡산 정상에 올랐다. 눈비가 내려 주위를 하얗게 가리고, 바닥도 하얗고, 비옷도 하얗고.. 

더 이상 오를곳 없는 땅끝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우리의 출발점과 우리의 도착지를  배운다.

 

 

 

 

#5. 정말 고개 푹 숙이고 콧등만 보이니까 만화 속 주인공 같다.이누야사는 아니고 은하철도 999의 철이.

     등을 돌리고 서있는  미르님,   잘 생긴 청년 불량백구, 백구옆에분은... 이분이 룰루랄라님인가?

    각자 이름표 하나씩 달았으면...

    미르님은 첨 봤는데 진짜 산쟁이같은 포스가 느켜졌다.

 

 

 

 

 

 

#6 하산길. 길이 미끄럽고 질퍽하다.

 

 

 

#7 예원 식구들은 2가지 공유하는것이 있다. 주황색 모자랑 간이 의자.  접이식 간이의자. 배낭뒤에 하나씩 붙여다니는데 정말 유용하다. 특히 질퍽한 땅에서 점심식사 할때는 부럼움 만땅.  담에 나도 만물상에 가면 꼭 간이의자를 유심히 봐야지..근데, 내 배낭에도 맞을지는 모르겠다.

 

 

 

 

 

#8. 오후3시 반쯤경에 다 하산한거 같다.  저기 맑고 차가운 개울물에 더렵혀진 등산화와 옷과 몸을 씻었다.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다. 땀범벅 비범벅된 머리를 계곡물로 싹 한번 씻으니 ...기분이 쥑인다.

 

 

 

 

 

 

#9. 정기산행 3번 다녀보았지만 이런일은 한번도 없었다. 뒷칸에서 소주가 몇잔 오가고, 술 못먹는 나도 한모금 얻어 마시고...백구님이 총대를 매시고 노래를 틀었다. 아마, 마귀할망구님의 사주가 있었을듯.. 백구야, 언니 노래하게 틀어봐라...  백구님의 저 맑디 맑은 눈망울을 함 보라..간악한 마귀에 홀린듯..

예원식구들도 좋아하고, 나도 좋던데...피곤해서 자고 싶은 사람들은 안 좋았겠지? ㅎㅎㅎ.난 노래도 한곡했다.

 

 

 

 

#10.예원 아가씨도 노래하고...부끄럽대요. 

 

 

 

#11. 백구씨도 하고

 

 

 

 

#12.산마울 아씨도 하고

 

 

 

#13.이 아가씨는 무슨 노래를 불렀더라?  선머슴처럼 짧지 않고, 스스로  머리를  이쁘고 새련되게 치장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14.예원공동체 사장님(예원 원장님 남푠분^^). 통제하신다고 소리지르고, 화내시고.... 악역을 마다않고 잘 하신다. 줄곧 맨 선두에 앞장서서 가셨는데,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15.예원공동체 부장님. 예원 식구들 뒤쪽  후미를 지키셨다. 노래 실력이 보통이 아니시다. 왕년에 동네 콩쿨대회에서 냄비랑 밥솥 좀 챙기셨을듯..

 

 

 

 

#16. 대구에 도착하니 저녁 7시경이었다. 예원 식구, 산마을 회원들과 함께 해물탕집에 가서 해물찜으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마도. 예원사장님께서 내신듯...  저녁 얻어 먹을만큼 봉사활동 한거도 없는거 같지만, 담에 기회되면 열심히 하지 머.